[서울신문] 시나브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야 할 때지요. 기축년(己丑年)의 붉은 해가 펼치는 마지막 빛의 축제에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빈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울 때, 가슴 벅찬 환희와 감동도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옛것을 털고 새것을 맞는 송구영신 의식을 치르기 적합한 장소를 모았습니다. 해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출·일몰 명소들은 배제하고,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로 골랐습니다. 다만, 최근 화재로 사라진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예외입니다. 오르기는 다소 힘들어도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는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이었지요. 향일암을 잃은 비통함에 해질녘 여수 앞바다는 얼마나 붉디붉은 빛깔을 토해 낼까요.
●넉넉한 가슴으로 지는 해를 보내다
망해사
하늘과 땅이 맞닿은 풍경을 볼 수 있는 내나라 안 유일한 곳이 김제·만경평야다. 그 지평선의 끝자락, 그리고 막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에 망해사(望海寺)가 있다. 극락전과 낙서전, 범종각 등이 전부일 정도로 작은 절집. 하지만 뜨락만큼은 세상 어느 거찰보다 넓다. 서해-새만금간척사업이 바다를 갈라 놓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는 육지 속 바다-를 앞마당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절집 앞 범종각에 걸린 해넘이 풍경이 일품이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절집의 연륜만큼이나 깊고 웅장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너른 바다와 단절된 탓일까, 광대하기는 하나 한켠에선 쓸쓸함도 묻어 난다. 대해의 위세를 잃어버린 바다 아래로 몰락하는 해가 여느 곳보다 붉다. 백합조개 산지로 유명한 인근 심포항도 둘러볼 만하다. 전북 김제에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서김제 나들목→우회전→29번 국도 만경 방향→만경고 삼거리→좌회전→702번 지방도 심포항 방향→망해사(063-543-3187).
궁평항
경기도 화성8경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궁평 낙조'다. 길이 2㎞, 폭 50m에 달하는 백사장과 수령 100년이 넘는 해송 500여그루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펼쳐낸다. 궁평항의 자랑은 길이 193m짜리 '피싱피어'(Fishing Pier)다. 뭍에서 바다까지 긴 나무다리를 설치하고 끝부분에 넓은 휴식공간인 '파고라'를 만들어 휴식과 산책, 낚시 등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 나무다리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풍경이 그만이다.
인근 화옹방조제는 반드시 들를 것. 서신반도와 우정반도를 잇는 4차선 도로로, 일직선으로 달리는 드라이브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송산면 고정리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공룡알 화석지도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비봉 나들목→306번 도로→20㎞ 직진→309번 도로→궁평항. 화성시청 (031)369-2114.
천수만
해거름. 노을이 만든 붉은 하늘과 한낮의 기운이 여전한 파란 하늘이 팽팽히 대립하는 시간. 그 경이로운 하늘 위로 먹물 번지듯 검은 물체들이 퍼져 간다. 가창오리 수십만마리가 펼치는 군무(群舞)다.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서는 이처럼 '겨울 진객' 철새와 해넘이가 어우러지는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일몰 전후로 벌어지는 가창오리의 '에어 쇼'는 감동적이다. 가을걷이 끝난 너른 간척지 들녘을 자분자분 걷는 맛도 각별하다.
인근 안면도 일대에는 꽃지해수욕장 등 일몰 명소가 가득하다. 서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부석사와 옛 정취 물씬 풍기는 해미읍성도 둘러볼 만하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홍성나들목→28번 국도→서산·해미 방향 좌회전→40번 국도→안면도 방향 좌회전→천수만. 서산시청 (041)660-2498.
●가슴 열어 오는 해를 맞다
함백산
일출산행을 말할 때 가장 앞줄에 세울 만한 산이 강원도 태백과 정선 등에 걸쳐 있는 함백산(1573m)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 높은 산. 정상까지 포장도로가 생기면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 됐다. 겨울이면 설경과 일출이 어우러져 선계가 따로 없을 비경을 펼쳐 낸다. 눈이 많이 오면 길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국도→석항→31번국도→화방재(어평재)→414번 지방도→함백산. 고한읍사무소 (033)560-2615.
오도산
경남 합천의 오도산(1134m)은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멀리 지리산 등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오래전부터 근동의 사진작가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유명하다. 수십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 벅찰 지경.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다. 다소 폭이 좁은 것이 흠.
→가는 길 88고속도로→해인사 나들목→1084번 지방도(야로·합천 방향)→26번 국도→묘산면 소재지→묘산초등학교→오도산 중계소→오도산. 묘산면사무소 (055)930-4031.
백운산
강원도 정선의 백운산(1376m)은 특유의 고원지형과 백두대간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장(2832m)의 곤돌라를 타고 은색의 태백준령을 발 아래 두는 맛이 각별하다. 백운산에서는 아기자기한 눈꽃보다 산들의 파노라마에 주목해야 한다.
내로라하는 백두대간의 마루금들이 주름 접힌 채 다가서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광이 아니다. 설경이 아름다운 산 중턱의 도롱이연못을 반드시 찾을 것.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영월→사북→하이원리조트. 관광곤돌라 어른 1만 2000원, 어린이 1만원.1588-7789.
●뜨고 지는 해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향일암
지난 20일 화재로 소실된 비운의 절집. 아침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만큼 다도해 너머 펼쳐지는 해돋이 풍경이 장관이다. 향일암으로 향하는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 중간쯤에 암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암자 근처에선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암자 오른쪽 기암괴석 너머로 사라지는 해넘이 풍경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일출제 행사는 규모를 축소해 예정대로 새해 1일 오전 6시 열린다. 여수시청 관광진흥과 (061)690-2037.
→가는 길 남해안고속도로→광양 또는 순천 나들목→여수→돌산대교→17번 도→16㎞→죽포→7번 국도→9㎞→임포→향일암(061-644-4742).
홍포
경남 거제 앞바다는 넓고 웅장하다. 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 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는 거의 전 구간이 일출·일몰 전망대나 다름없다. 대·소병대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주르륵 펼쳐져 있고, 멀리로는 일본땅 대마도가 아련하다. 해가 대·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질 때면 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 펼쳐진다. 거제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려수도에 대비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상동동 계룡산(566m) 자락의 포로수용소 유적지도 유명한 해넘이 전망 포인트다.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거제도. 거제관광안내소(055)639-3399.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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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사
하늘과 땅이 맞닿은 풍경을 볼 수 있는 내나라 안 유일한 곳이 김제·만경평야다. 그 지평선의 끝자락, 그리고 막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에 망해사(望海寺)가 있다. 극락전과 낙서전, 범종각 등이 전부일 정도로 작은 절집. 하지만 뜨락만큼은 세상 어느 거찰보다 넓다. 서해-새만금간척사업이 바다를 갈라 놓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는 육지 속 바다-를 앞마당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절집 앞 범종각에 걸린 해넘이 풍경이 일품이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절집의 연륜만큼이나 깊고 웅장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너른 바다와 단절된 탓일까, 광대하기는 하나 한켠에선 쓸쓸함도 묻어 난다. 대해의 위세를 잃어버린 바다 아래로 몰락하는 해가 여느 곳보다 붉다. 백합조개 산지로 유명한 인근 심포항도 둘러볼 만하다. 전북 김제에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서김제 나들목→우회전→29번 국도 만경 방향→만경고 삼거리→좌회전→702번 지방도 심포항 방향→망해사(063-543-3187).
궁평항
경기도 화성8경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궁평 낙조'다. 길이 2㎞, 폭 50m에 달하는 백사장과 수령 100년이 넘는 해송 500여그루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펼쳐낸다. 궁평항의 자랑은 길이 193m짜리 '피싱피어'(Fishing Pier)다. 뭍에서 바다까지 긴 나무다리를 설치하고 끝부분에 넓은 휴식공간인 '파고라'를 만들어 휴식과 산책, 낚시 등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 나무다리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풍경이 그만이다.
인근 화옹방조제는 반드시 들를 것. 서신반도와 우정반도를 잇는 4차선 도로로, 일직선으로 달리는 드라이브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송산면 고정리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공룡알 화석지도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비봉 나들목→306번 도로→20㎞ 직진→309번 도로→궁평항. 화성시청 (031)369-2114.
천수만
해거름. 노을이 만든 붉은 하늘과 한낮의 기운이 여전한 파란 하늘이 팽팽히 대립하는 시간. 그 경이로운 하늘 위로 먹물 번지듯 검은 물체들이 퍼져 간다. 가창오리 수십만마리가 펼치는 군무(群舞)다.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서는 이처럼 '겨울 진객' 철새와 해넘이가 어우러지는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일몰 전후로 벌어지는 가창오리의 '에어 쇼'는 감동적이다. 가을걷이 끝난 너른 간척지 들녘을 자분자분 걷는 맛도 각별하다.
인근 안면도 일대에는 꽃지해수욕장 등 일몰 명소가 가득하다. 서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부석사와 옛 정취 물씬 풍기는 해미읍성도 둘러볼 만하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홍성나들목→28번 국도→서산·해미 방향 좌회전→40번 국도→안면도 방향 좌회전→천수만. 서산시청 (041)660-2498.
●가슴 열어 오는 해를 맞다
함백산
일출산행을 말할 때 가장 앞줄에 세울 만한 산이 강원도 태백과 정선 등에 걸쳐 있는 함백산(1573m)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 높은 산. 정상까지 포장도로가 생기면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 됐다. 겨울이면 설경과 일출이 어우러져 선계가 따로 없을 비경을 펼쳐 낸다. 눈이 많이 오면 길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국도→석항→31번국도→화방재(어평재)→414번 지방도→함백산. 고한읍사무소 (033)560-2615.
오도산
경남 합천의 오도산(1134m)은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멀리 지리산 등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오래전부터 근동의 사진작가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유명하다. 수십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 벅찰 지경.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다. 다소 폭이 좁은 것이 흠.
→가는 길 88고속도로→해인사 나들목→1084번 지방도(야로·합천 방향)→26번 국도→묘산면 소재지→묘산초등학교→오도산 중계소→오도산. 묘산면사무소 (055)930-4031.
백운산
강원도 정선의 백운산(1376m)은 특유의 고원지형과 백두대간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장(2832m)의 곤돌라를 타고 은색의 태백준령을 발 아래 두는 맛이 각별하다. 백운산에서는 아기자기한 눈꽃보다 산들의 파노라마에 주목해야 한다.
내로라하는 백두대간의 마루금들이 주름 접힌 채 다가서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광이 아니다. 설경이 아름다운 산 중턱의 도롱이연못을 반드시 찾을 것.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영월→사북→하이원리조트. 관광곤돌라 어른 1만 2000원, 어린이 1만원.1588-7789.
●뜨고 지는 해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향일암
지난 20일 화재로 소실된 비운의 절집. 아침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만큼 다도해 너머 펼쳐지는 해돋이 풍경이 장관이다. 향일암으로 향하는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 중간쯤에 암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암자 근처에선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암자 오른쪽 기암괴석 너머로 사라지는 해넘이 풍경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일출제 행사는 규모를 축소해 예정대로 새해 1일 오전 6시 열린다. 여수시청 관광진흥과 (061)690-2037.
→가는 길 남해안고속도로→광양 또는 순천 나들목→여수→돌산대교→17번 도→16㎞→죽포→7번 국도→9㎞→임포→향일암(061-644-4742).
홍포
경남 거제 앞바다는 넓고 웅장하다. 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 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는 거의 전 구간이 일출·일몰 전망대나 다름없다. 대·소병대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주르륵 펼쳐져 있고, 멀리로는 일본땅 대마도가 아련하다. 해가 대·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질 때면 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 펼쳐진다. 거제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려수도에 대비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상동동 계룡산(566m) 자락의 포로수용소 유적지도 유명한 해넘이 전망 포인트다.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거제도. 거제관광안내소(055)639-3399.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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