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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작가 “류담 코믹 못 살린 건 실수”

올해 최고의 드라마인 MBC '선덕여왕'이 오는 22일 62화로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감한다. 미실(고현정) 캐릭터는 올해 드라마가 거뒀던 최고의 수확이다. 그런 미실과 경쟁에서 이겨 왕에 오른 덕만(선덕여왕 이요원)은 "사람을 얻는 자가 승리한다"는 통치철학을 견지함으로써 이 시대 대중이 원하는 리더십과 부합하는 속성을 부각시켰다. '선덕여왕' 속 캐릭터와 스토리의 창조자인 김영현(44)ㆍ박상연(37) 작가를 서울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14일 이미 마지막회 대본을 넘긴 상태이지만 작업실 벽에는 '선덕여왕'의 인물관계도가 붙어있었다.

-집필을 끝낸 소감은.
▶김영현=시청률이 잘 나와 시청자에게 고맙다. 기획과 집필 포함해 2년이 걸렸다. 연락 못했던 친구도 만난 후 놀러가야겠다.
▶박상연=습득 없이 모든 걸 다 쏟아냈다. 바닥난 느낌이다. 허한 느낌이다. 하지만 처음 도전한 장기간의 대하드라마를 대과없이 마무리해 다행이다.

-잘했다고 느끼는 점과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은.
▶김='대장금'은 얼떨결에 잘됐고 '서동요' 때는 초반 기획과 달라져 힘들었다. 사극에서 신라는 표현하기 어려운데도 초반 미실 얘기가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온 것은 잘 한 것 같다. 실수라고 생각하는 건 덕만이 일식을 활용하고 미실과 6분토론을 벌인 후 두 사람의 관계를 좀 더 첨예하게 대립시키지 않고 바로 화랑의 비재로 넘어간 것이다. 둘의 정치적 대립을 이렇게 재미있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
▶박=잘한 점은 별자리로 시작해 사다함 매화-28부 일식-30부 첨성대까지 이어지며 덕만이 마무리하는 장쾌한 라인이다. 완결성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비담과 미실 캐릭터도 모험이었지만 나쁘지 않아 기분이 좋다.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과욕을 부렸는지 체력을 안배하지 못한 것이다.

-대중이 '선덕여왕'을 왜 좋아했을까.
▶김=미실 캐릭터의 의미가 크지 않았을까. 미실과 덕만이 드라마 전체의 라이벌로서 대립구도였지만 선악구도는 아니었다. 선악구도는 명쾌해지는 효과는 있지만 잔재미가 없어진다.
▶박=잘 모르겠다. 김영현 선배와 같이 했던 전작 '히트' 시청률은 낮게 나오고 '선덕여왕' 시청률은 왜 잘 나왔을까. 공포는 이해하지 못할 때 온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미실로 초반부터 주목하게 했고, 스토리는 주목받은 미실을 부수는 것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신라 역사를 풀어나가 흥미를 자아냈다고 본다. 광고소구이론(AIDMA)대로 됐다.

-공동작업은 어떻게 했나.
▶김, 박=스토리라인은 김이 주도하고 캐릭터는 박이 주로 맡았다. 김이 계속 질문을 던지는 투수라면 박은 자유롭게 마구 휘두르는 타자와 같다. 박이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도 김의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이 뛰어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끊임없이 회의를 통해 소통을 해나갔다.

-시청자들이 미실과 비담 캐릭터에 큰 매력을 느꼈다.
▶김, 박=미실의 생명력은 이중성이다. 존댓말을 쓰며 사람을 죽이고 피 튄 얼굴로 회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살인을 예의있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살인할 수 있는 캐릭터를 보며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비담은 처음엔 고독한 무사의 이미지 정도였는데, 비밀병기라고 홍보하는 바람에 폭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김남길은 대중적으로 덜 알려져 등장만으로 이슈가 되고 스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말투 등에서 현대적 느낌을 주면서 큰 틀에서 자유롭게 만들고 동선도 다르게 했다.

-왜 비담은 결국 몰랐했나.
▶김, 박=사랑에는 순수했으나 정치적 견해와 플랜이 부족했다. 미실과 같은 세계관이 없었다. 목적은 덕만뿐이었다.

-미실의 '사랑하는 건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가 유행어가 됐다. 어떻게 나왔나.
▶박=일본 유명 소설가가 쓴 '아낌없이 빼앗는 사랑'이라는 소설 제목에서 땄다.

-유신과 덕만의 멜로는 왜 없앴나.
▶김=정확히 전달은 안 됐지만 군신 간의 멜로가 있다. 멜로는 남녀 간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용의 눈물'에서 태종이 공신인 이숙번을 내칠 때도 강한 멜로가 나온다. 덕만도 비담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했다. 사랑이 한 개인만을 향한 순수한 사랑인지 환경 전체에 대한 개인적 욕망인지, 그 어디쯤에 있는지 사랑의 판타지를 제거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비담은 순수했다.

-죽방(이문식)과 고도(류담)도 너무 변했는데
▶김=고도(류담)의 코믹은 살렸어야 했는데, 흔적은 남겼어야 했는데, 실수였던 것 같다. 류담은 장군 포스는 아니다. 유쾌하고 재밌는 캐릭터로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는데서 얻는 안정감 같은 것을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세월이 변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유머 없이 진지한 것으로 크게 바뀐 것이다.
나는 '개콘' 류담 팬이었다. 연기를 잘해 깜짝 놀랐다. 연기경험도 별로 없는데 발성도 좋았다.
죽방도 왕이 된 덕만을 가장 잘 알면서, 옆에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바뀐 것이다.

-또 다른 캐릭터에 대해 할말이 없나
▶김,박=염종(엄효섭)은 비중은 크지 않지만 비담에게 눌리지 않는 광기를 지닌 캐릭터다. 비담을 압박할 수 있는 염종역에는 처음부터 엄효섭씨를 염두에 뒀다. 문노와 칠숙은 포스만으로도 엄청났다. 현장에서 봤더니 두 사람이 그냥 무술을 할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 석품역을 소화한 홍경인씨는 큰 비중은 아니어도 표정만으로도 분위기가 느껴지는 연기를 했다. 리액션의 디테일이 대단했다.

-미실 사후가 걱정되지 않았나.
▶박=큰 갈등이 사라져 새 갈등을 만들어야 했다. 미실이 죽고 난 다음 회의 시청률이 떨어질 때 첫방송의 시청률이라 생각하고 살려보자고 했다. 미실 사후 두 개의 신뢰 위기가 오는데, 덕만-유신은 양측이 극복했는데 덕만-비담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춘추 캐릭터에 대한 견해는.
▶김, 박=춘추는 실리주의자다. 당나라를 끌어들인 사대주의의 표본처럼 알려졌지만 연호 사용을 끝낸 왕이 춘추다. 춘추에게 쓰고 싶은 대사가 '우리가 역사를 위해 싸워야 하는가, 백성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나는 미래의 백성을 위해서만 싸울 것이다'는 것이었다. 시즌2가 허락된다면 무장인 유신과 지략가인 춘추의 대립(대당항쟁)을 그리고 싶다.

-그래도 주인공은 덕만이다.
▶김, 박=덕만의 에피소드 만드는 게 매우 힘들었다. 이요원 씨가 잘해줬다. 한국 여배우 중 가장 큰 고생을 했다. 한 드라마에서 남장여자부터 공주→고독한 왕까지 3가지 연기를 하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을 텐데 잘해줬다.

-작가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김, 박=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덕만과 미실을 통해 특정한 지도자상을 그리려고 하기보다는 대중은 판단해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인만큼 가능한 한 많은 기준들을 제시해 생각해보게 하고자 했다. 절대적 기준은 없다.

-역사를 왜곡한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김, 박=고대사는 블랭크가 많다. 작가 입장에서 상상력을 발휘했다. 물론 작의는 있다.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상상력으로 생각해달라. 솔직히 천명과 덕만이 쌍둥이고 당시 설화 2개를 섞어 만든 비담을 미실 아들로 설정한 건 걱정됐다. 하지만 '허준'에서도 전시대 인물인 유의태가 허준 스승으로 나온다. 이 문제를 노력하기는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에 위배되는 것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다음 작품은.
▶김=우리 두 사람이 '피케이앤쇼'라는 작가회사를 차렸다. 다음에는 현대극을 한편 하고 싶다. 사극은 하더라도 정치사극은 피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성공'이라는 테마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주어진 과제를 극복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것 같다. 가령, 요리사가 성공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분야별로 성공에 대한 테마를 다루고 싶다. 단순히 물질적인 성공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 가지 직업에 30~50년 종사하면 가치관이 생길 텐데 그것을 파헤쳐보고 싶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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