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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팔아서 40억 매출, 환상이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강형구 기자]우리 농업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오래된 현실이다. 60, 70년대 박정희 정권 이후 줄곧 중공업 육성 위주의 수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던 국가 정책은 수출이 될 만한 기업의 생산품에나 열을 올렸지 국민이 직접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데 쓰일 농업을 비롯한 1차 산업은 등한시 해왔다. 오직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업에만 열을 올렸고 지금껏 그렇게 모든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국가를 운영해 왔다.

최근 중국산 메기 내장이 수입되어 창난젓으로 둔갑되어 시중에 대량 유통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제 우리 것이 우리 식단을 차지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없는가? 모조리 농촌을 떠나 출세와 황금을 캐러 도시로 떠나버린 현장을 지키면서 우리들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해 내고 능률적이고도 효과적인 생산과 판매 등을 고민하며 옛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광주시 광산구 동곡농협 태극애호박작목회다.





한겨울에 태극애호박이 하우스 안에서 잘자라고 있다.


ⓒ 강형구


한 개의 호박을 밭에 심으면서 그 한 개의 호박을 자식처럼 바라보면서 그 한 개의 호박에 진실과 애정을 쏟아 누가 먹어도 탈 없이 건강한 자연의 진실한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그 삶이야말로 애초에 하늘이 준 가장 진실하고 건강한 삶이 아니겠는가.

"우리 동곡농협 태극애호박작목회는 1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요. 전국 최초로 애호박 작목회를 결성하고 공동생산, 공동선별, 공동출하를 시도했지요. 현재 125호 농가가 함께하고 있는데 하루 생산량이 400박스 정도 되지요. 다른 시장 출하에 비해 30% 정도 더 높은 가격을 받기 때문에 농가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지난해 3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40억원을 예상하고 있어요. 전국 최고 규모지요."





태극애호박 작목회장 이종만씨


ⓒ 강형구


태극작목회장 이종만씨의 말이다. 동곡농협 태극애호박은 재배부터 많은 신경을 쓴다. 깊이갈이를 해 볏짚을 많이 넣어서 토양자체를 유기질화 시킨다. 화학비료만 잔뜩 주고 기른 채소는 아무래도 그 질이 떨어지겠지만 토양을 튼튼히 하기 위하여 깊이갈이를 하고 또 거기다가 볏짚을 많이 넣기 때문에 토양이 건강하다. 또한 호박이 달리면 곧바로 인큐를 씌워 기르기 때문에 농약과 완전 차단되고 또 육질이 단단하다.

1년에 3-4회 서울의 청과물류센터에 가서 판촉을 하고 또 현지 물가 동향을 파악해 작목회의 애호박 판매와 생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석현정 경제과장은 "동곡농협 태극애호박작목회가 우리나라 17개 작목회에 드는 최우수작목회인데다가 전라남도 최우수 작목회"라고 말한다.

125호 농가가 공동으로 애호박을 심어 공동선별 공동출하를 통해 공동으로 합심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은 우리 농민들이 공동으로 현실의 농업 문제를 고민하고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태극애호박 우수출하주 선발행사


ⓒ 강형구


이렇게 공동선별, 공동판매를 위하여 동곡농협은 공동집하장, 공동선별장, 선별기 2조, 저온저장고, 제함기, 박스 벤딩기, 지게차, 운송차량 등을 구비하였고 가격 확보를 위해 전국의 애호박 생산지와 출하 시기를 파악하여 동시 과잉 출하를 예방하는 애호박 시차별 마케팅 참여를 연구하여 실행하였고(동곡농협 애호박 주출하기 11월-익년 5월), 생산이력제 GAP인증 농산물 출하를 해 품질 향상을 이루어 냈다.

또한 출하 촉진 마케팅, 소비 촉진 마케팅 행사를 개최하여 출하와 소비를 촉진하였고 작목회 공동기금을 판매대금 중 2%를 조성해 상품화 향상과 조직운영관리비를 지출했다. 무엇보다 그해 애호박 생산을 잘하지 못한 재해농가에게 지원금을 줌으로써 공동 생산에 대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상황에 대처해 미래를 파악하고 나아가기에는 하나로는 약하고 부족하다. 그러나 함께 힘을 뭉쳐 농협은 생산한 농산물을 공동선별 포장 후 출하하고 그 판매대금을 등급별로 공동계산하여 지급하는 데 주력하고 작목반은 우수한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하니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 태극애호박 선별 태극애호박을 상중하로 나누고 있다.


ⓒ 강형구


그러다 보니 동곡농협 태극 애호박이 2004년 히트 예감 농산물 선정, 협동조직대상 본상 수상, 2005년 농산물 품질경영대상 수상, 2006년 열정의 현장 작목반 사람들(파워 작목반 베스트 17)선정되었던 것이다.





선별 후의 태극애호박


ⓒ 강형구


현재 동곡 농협 태극애호박 작목회의 활동 사항은 농산물 생산과 판매 그리고 농업과 농민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단초를 제공해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애호박처럼 방울토마토나 고추류도 규모화가 필요하고 또 단일 품목으로서 규모화를 이루었을 때 출하에 따른 독점권 보유가 가능하고 기존의 지역 농협 단위의 출하를 피함으로써 소비지에서의 불가피한 상호경쟁을 통한 출혈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농협이 추구하고 있는 1조합 1품목 전문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도적인 지역 농협을 중심으로 농작물의 품종 선정과 재배방법을 통하여 생산하고 공동선별 및 공동계산을 하여 품질 및 품위등급의 표준화를 이루어야 하고, 출하실적을 출하주의 소속 지역농협에 이양함으로써 출하실적을 공유하여 농민 출하자의 불평불만을 효과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극애호박 선별장에서


ⓒ 강형구


그럼에도 우리 농업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한미FTA,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 농산물, 칠레나 유럽 등의 농축산물들로 우리 식탁은 언젠가부터 국적불명의 세계화를 이루어 버렸다.

"우리 동곡농협 태극애호박 작목회가 전국에서 성공 사례라고 말들을 하지만 농가들의 생활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요. 우리도 다른 농민들의 현실과 똑같아요. 저도 2000평 애호박 농사를 지어 한해 7, 8000만원의 소득을 올리지만 농민의 빚은 늘어나고 있고 또 그에 따른 대금 지출로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지요."





태극애호박 작목회원


ⓒ 강형구


열심히 일해도 희망이 없다면 그것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도 잘살 수 없게 하는 사회구조적인 모순에 기인한 것일 게다. 투기꾼이나 협잡꾼들이 땀 흘리지 않고 모든 부를 가져가는 그런 세상이 문제일 것일 게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사는 삶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것은 그러한 모순이 혁파되는 순간까지 노력이 계속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부디 광주시 광산구 동곡농협 태극애호박작목회가 선구적인 작목회로서 우리 농업의 희망으로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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