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시청권 확보 못해" vs "중복 편성 폐해 극복"
2010 남아공 월드컵, 2012 하계 올림픽 중계 논란 계속될 듯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캐나다 밴쿠버에서 13일(현지시각) 개막하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국내에서는 결국 SBS 단독중계로 전파를 타게 됐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동계올림픽을 단독으로 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방송가 안팎에서는 SBS의 단독중계가 낳을 결과와 그것이 앞으로 국제경기 중계에 끼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모나 국민적 관심 정도를 고려할 때 동계올림픽은 혼자서도 큰 무리 없이 중계할 수 있겠지만, 월드컵이나 하계올림픽은 한 방송사가 단독중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2010 남아공 월드컵, 2012 하계올림픽, 2014 동계올림픽, 2016 하계올림픽까지 중계권을 모두 독점 확보했다.
◇KBS와 MBC는 취재도 포기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단독으로 중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독으로 취재한다. KBS와 MBC가 SBS의 비협조를 이유로 취재도 포기했기 때문이다.
KBS와 MBC는 각기 취재팀 3개팀과 2개팀에 대한 취재 카드 발급을 SBS에 요청했지만, SBS가 취재팀 1개팀에 대해서만 취재 카드를 허용하겠다고 해 취재를 포기했다.
KBS와 MBC는 "취재팀 1개팀으로는 올림픽 경기를 커버할 수 없다"고 말했다.
SBS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맞게 최대한 협조할 것이며, KBS와 MBC 지상파 뉴스에 매일 2분 정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KBS와 MBC가 이번 동계올림픽 관련 영상뉴스를 다룰 방법은 SBS가 제공하는 영상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
KBS는 11일 "SBS가 2분짜리 영상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그게 언제, 어떤 식으로 들어올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방법이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보편적 시청권 충족시키나
SBS의 단독중계는 '보편적 시청권' 문제와 연결된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국제경기를 SBS가 단독으로 중계했을 때 시청자들의 볼 권리가 충족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SBS는 "SBS와 지역민방 네트워크의 가시청 범위가 전국 가구 수의 90%를 훨씬 넘고 있어 방송법상 요구되는 보편적 시청권 확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와 MBC는 SBS의 올림픽, 월드컵 독점 중계가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한다며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서를 접수했다.
전북대 신방과 정용준 교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대통령 취임식과 같이 국민적 관심을 받는 행사다. 그런 행사를 국내에서 공영방송을 제치고 상업방송이 단독으로 중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법적으로 가시청 범위가 전국 가구 수의 90% 이상만 되면 누구나 단독 중계를 할 수 있지만, SBS가 중계하면 도서 산간 지역은 보지 못할 수 있다. 공영방송 KBS의 망을 이용해야 그런 지역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중복편성 피해..사상 최다 편성"
SBS는 이번 단독 중계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중복편성에 따른 폐해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SBS 성회용 정책팀장은 "올림픽, 월드컵 기간만 되면 'TV가 고장났다'며 방송사에 항의하는 분들이 있다. 모든 채널에서 똑같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이번 동계올림픽은 SBS의 단독 중계로 그런 고질적인 폐해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SBS는 또한 단독 중계에 따라 지상파에서는 200시간, 계열 채널을 통해서는 총 330시간을 편성해 동계올림픽의 거의 전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SBS는 "역대 동계올림픽은 각 방송사당 50~60시간 정도만 방송했고 그나마 쇼트트랙 등 인기 종목을 중복 편성했다"며 "이번 단독중계에서는 시청자의 시청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계올림픽 중계 사상 최다 편성을 했고, 지상파와 계열 채널 간의 중복 편성도 피했다"고 밝혔다.
SBS는 이번 단독중계로 방송사의 역량을 과시하고 채널 위상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월드컵부터가 문제"
전문가들은 동계올림픽은 SBS 단독 중계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6월에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2년 하계올림픽 등의 중계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한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다양한 경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경기를 한 방송사가 중계할 수는 없다는 것.
SBS 역시 이를 의식해 "남아공 월드컵부터는 아직 KBS, MBC와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철저하게 상업적인 대회인 월드컵의 중계권료는 동계올림픽의 중계권료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 SBS도 다른 방송사와 부담을 나눠갖는 것이 유리하다.
KBS와 MBC도 "월드컵부터는 공동 중계를 하는 쪽으로 협상을 끌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SBS는 이에 대해서도 "협상은 하지만 그간의 경과와 형식, 양심에 맞게 진행되어야 한다"며 자신들이 따낸 중계권에 대한 기득권을 강조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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