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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외국 가셨죠?" 신종 보이스피싱

출국자 주소 알아내 가족에 '사고났다' 전화하며 돈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대기업 IT 계열사에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작년 12월 대만 타이베이로 출장을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출국 다음날 이씨의 서울 집에 어떤 남자가 전화를 걸어 "대만에 간 이○○ 씨가 지금 타이베이 거리에서 큰 사고를 당해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송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남자는 가족들에게 '도와달라'며 울먹이는 이씨를 바꿔줬다. 그가 가져간 국제 로밍 휴대전화는 불통 상태였다.

깜짝 놀란 가족이 돈을 부치기 직전 이씨의 어머니가 '예전에 듣던 사기 수법과 비슷하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실제로 전화기 건너편의 '이씨'는 형제 이름을 물어도 대답을 피하며 돈만 보챘다.

출장을 같이 간 회사 동료를 수소문해 연락을 해보니 이씨는 현지 업체에서 멀쩡히 업무를 보던 중이었다. 로밍 휴대전화는 엉뚱한 번호로 전화가 쏟아져 잠시 꺼놨다고 했다.

이씨의 형은 3일 "전화 속 남자가 동생의 이름과 행선지, 집 전화번호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 처음에는 의심하기 어려웠다"며 "어떻게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간 사람들을 노리는 신종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법이 최근 등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씨 사례와 유사한 범죄 신고가 전국에서 7∼8건 접수돼 개인정보 도용 등의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던 종전 수법과 달리 출국자의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짓말을 늘어놓는데다, 해외 연락이 까다롭다는 점을 악용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롭게 등장한 수법인 만큼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 연락했거나, 여행사 등을 통해 항공권 구매 기록 등의 정보를 빼돌렸을 가능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은 애초 주로 보험금 환급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다 ▲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사칭 ▲ 카드회사 및 은행 ARS(전화자동안내시스템) 모방 ▲ 가족 납치 빌미 몸값 요구 등으로 계속 수법을 바꾸며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

국회 행정안전위 이윤석(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6년 6월부터 작년 9월까지 전국의 보이스피싱 피해는 1만9천480건으로 피해액은 1천927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이번 수법도 다양한 변종이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출국 때 비상 연락처를 남기고 송금을 요구하는 전화는 무조건 무시하라고 당부했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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