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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계륵' 010 번호 강제통합 가능할까…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이동통신사 통합 휴대전화 식별번호인 '010' 가입자 비중이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8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011, 016, 019 등의 휴대전화 번호가 010으로 강제 통합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010번호 비중은 현재 76.8% 정도로 올 연말이면 80%를 돌파할 태세다. 업체별 010 통합번호 가입자 비중은 지난달 말 KT가 86.5%로 가장 높고 LG텔레콤 74%, SK텔레콤 69.9% 순이다.

010 통합번호는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정책으로 기존에 이통사별로 다르게 부여돼 있던 번호를 010 가입자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80%에 달하는 시점에 010으로 통일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옛 정통부는 2004년 1월1일 이후 새로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할 때에는 식별번호로 010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010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2세대(2G) 가입자가 영상통화가 가능한 3세대(3G)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010 번호를 새로 받도록 하는 등 010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정부가 번호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식별번호에 따른 브랜드 차별화를 없애 콘텐츠 위주의 공정한 경쟁으로 유도하고, 한정된 번호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이동전화끼리의 통화는 식별번호 3자리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번호 통합 정책 시행으로 가져올 경우 다양한 편익이 예상되고 있지만, 동시에 무리한 번호 추진으로 야기될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방통위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강제 통합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기존 골드번호 가입자와 번호 변경에 따라 영업 등 업무에 지장을 받는 가입자, 일부 011 번호 고수자들의 반발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강제 통합보다는 자율적인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 "방통위 내부적으로 010번호 가입자가 80%를 넘어서면, 번호통합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안다"며 "실질적으로 오는 연말께 010 가입자가 80%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들의 반발 등으로 강제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010 번호로 전환하지 않는 고객들이 20%라 하더라도1000만 명에 이르는 만큼 강제적인 번호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사용 고객이 단 1명만 남아도 서비스 하나를 폐지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번호 통합의 장점은 있지만, 방통위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강제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이통사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먼저 2G 가입자 비중이 적고 3G 가입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KT는 번호통합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SK텔레콤과 황금주파수 확보를 통해 4G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LG텔레콤은 010 번호통합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식별번호를 없애고 개인 고유 번호만 남긴다면 사용자들의 편리성이 높아질 것이다"며 "당초 정책 취지와 같이 국민의 편익이 커지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011' 번호의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고 있는 SK텔레콤 측은 기존과는 달리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의 고객들이 010 번호로 변경했으며, 정부 정책에 따른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강제 통합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고객 본인 의지에 따라 번호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측에서는 별다른 이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저주파수 대역(800~900㎒) 할당이 공식화될 예정인데, 2년 후부터는 이를 통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011 등의 번호로 이통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 품질 그 자체만으로 승부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번호통합에 별다른 이견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위는 외부기관에 번호통합과 관련한 연구를 의뢰하는 등 번호통합을 위한 준비단계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010 가입자 80%라는 번호통합의 기준부터 다시 고민하고 번호통합의 효율성, 소비자들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번호통합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충분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80%가 되는 시점이라는 뜻이 강제로 번호를 통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현재 연구용역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으며,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연말께 정책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정부 정책에 따라 그동안 35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010번호로 변경했다는 점에서 번호통합이 미뤄질 경우에도 정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피해갈 수는 없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번호 통합이란 난제를 두고 어떠한 결정도 쉽지 않은 방통위의 시름은 날로 깊어져 가고만 있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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