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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페이퍼진] 최경주 부진의 늪 왜?

누세리티 2009. 8. 24. 16:48

'탱크' 최경주(39)가 보이지 않는다. PGA투어에서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골프의 자존심으로 활약해온 최경주가 2009시즌 들어 좀처럼 부진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한국시각) 타이거 우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PGA투어 WGC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도 최경주는 합계 5오버파로 45위에 그쳤다. 그나마 이 대회에선 컷탈락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올해 18개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는 7개 대회에선 아예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톱10에는 한번 들었을 뿐이다.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3위에 오른 것이 올시즌 최고성적이자 유일한 톱10이다. 지난해 우승 1회를 포함 톱10 5회의 성적과 대비되는 대목. 지난해에는 21개 출전대회 중 컷탈락한 경우는 5회뿐이었다. 최경주가 슬럼프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무리한 체중감량 후유증
 프로골퍼 입문 후 오랫동안 82㎏ 안팎의 체중을 유지했던 최경주는 지난해 초 감량을 결심한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메이저대회의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서는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단순히 정규투어에서 승수를 추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메이저대회 우승을 필생의 목표로 정한 최경주는 몸의 유연성과 탄력을 높이기 위해 체중감량을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최경주는 짧은 기간에 10㎏을 뺐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체중감량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국내대회 출전을 위해 귀국한 자리에서 최경주는 "몸의 지방을 너무 없앴는지 유연성이 떨어지고 샷을 할 때 통증을 느낄 때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임팩트 때 파워가 떨어지면서 거리도 짧아졌다. 최경주의 올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81.2야드(공동 160위). 지난해 288.1야드(106위)에서 6.9야드가 줄어들었다. 숏게임도 흔들리면서 올해 18홀 평균타수가 71.44타(지난해 70.26타)로 나빠졌다. 최경주는 최근 "올해 5㎏을 늘려 컨디션도 90% 이상 회복했다"고 말했으나 아직 성적이 따라오지 못하는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경주처럼 연습량이 많은 선수가 10㎏을 감량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J골프의 박 원 해설위원은 "PGA에서 최경주처럼 무리한 감량을 한 뒤 성공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집중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처럼 다소 뚱뚱한 선수도 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듯이 체중이 골퍼의 성적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가 되지않는다는 분석이다. 최경주는 비대한 체격도 아니기에 무리한 체중감량으로는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

 SBS의 김재열 해설위원은 "최경주가 빨리 전성기 시절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슬럼프 탈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불혹의 나이로 쇠퇴기?
 최경주는 호적상 1970년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968년생으로 우리나이로는 어느덧 불혹을 지나 42세다. 역대 골프선수의 전성기가 35세 전후이므로 이제 최경주는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경주처럼 훈련량이 많고 몸 관리에 열정을 쏟는 선수에게 40대 초반의 나이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특히 골프 장비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 프로골퍼들의 선수 생명력도 점점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골프천재' 타이거 우즈가 지난 2004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듯 최경주의 이번 슬럼프도 골프인생에서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고덕호 MBC ESPN 해설위원은 "요즘 기준으로 최경주의 나이는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다. 체중조절에 나설 경우 누구나 슬럼프를 겪을 수 있다. 침체기가 길지않을 것"이라고 슬럼프 탈출을 낙관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관건
 최경주의 남은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얼마나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경주의 그린 적중률 등 일반적인 샷 능력은 타이거 우즈에 비해 크게 처지지 않는다는 평. 하지만 타이거 우즈는 위기상황에서 단연 돋보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가령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지더라도 기가 막하게 온그린시켜 점수를 까먹지 않는다는 것. 전문가들은 최경주에게 심리적인 안정감도 주문하고 있다. "메이저대회에서 꼭 우승하겠다"는 야망이 오히려 심리적인 압박감을 불러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 원 해설위원은 "최경주가 마음을 비우고 골프를 즐기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매 대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메이저대회 우승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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