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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연아 점프때 눈감아..눈떠보니 성공">(종합)

 
밴쿠버동계올림픽 선수단 靑초청 오찬..정세균대표와 농담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 준 우리 선수들 정말 장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3일 낮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고 금의환향한 밴쿠버동계올림픽 대표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메달리스트들의 선전을 축하하는 동시에 비록 메달은 못 땄더라도 최선을 다한 경기로 국민들에게 투혼을 일깨워준 선수와 지도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오찬에는 `피겨 여제' 김연아를 비롯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에 빛나는 모태범, 남자 10,000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딴 이승훈, 남자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 이상화 선수 등 71명의 선수단이 참석했다.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평창동계올림픽 공동유치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김진선 강원지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체육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여러분 정말 장하다.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줬고 미래를 보여줬다"면서 "거침없이, 겁없이, 빠르게 앞을 내딛는 여러분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가 정말 밝다고 생각한다"고 치하했다.

이어 "고맙고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면서 "미래에 대한 밝은 생각, 젊은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모두 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박성인 선수단장을 비롯한 지도자들에 대해 "이분들의 열정이 없었으면 안 됐을 것이다. 선수들과 일체가 됐기 때문에 이뤄낸 결과로 생각한다"면서 "평소 여러분의 헌신적 정신이 없었으면 이뤄낼 수 없던 일"이라고 사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2018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것으로 보고, 그렇게 열릴 올림픽에서 우리도 주최국으로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자"며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자신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어 이건희 IOC 위원에게 "이번 성과가 도움이 됩니까"라고 물었고, 이 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 헤드테이블에 금메달을 딴 선수 외에도 오랫동안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 자리를 지켜온 이규혁, 썰매 종목의 강광배, 여자 스키의 문지희, 스키점프의 최홍철, 남자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 성시백 선수 등을 앉도록 배려했다.

이와 함께 격려사를 통해서도 이규혁, 강광배 선수 등 메달을 못 딴 선수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메달을 못 딴 모든 선수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19위로 결선에 진출한 봅슬레이팀에게는 "19등은 금메달이다. 1등했던 선수가 우리 같은 조건이면 결선도 못 들어왔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를 두 차례나 관람했다면서 "하여튼 대단했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때를 회상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볼 때 내가 좀 (발을) 밀면 앞설 수 있을까 했고, 김연아 선수가 점프할 때 눈을 감고 있었다. 눈뜨고 보니 성공했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오찬을 들면서 선수들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눴다. 김연아 선수에게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피겨선수권에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출전하는지 물었고 이상화 선수에게는 "결승선 직전 발차기가 0.02초, 0.03초 승부를 가르는 순간에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스피드 스케이팅 기록을 보고 세계가 놀랐을 것이다"라고 강조했고, 강광배 선수에게는 "열악한 상황에서 (봅슬레이) 결승전까지 오른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거듭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성시백 선수와 대화 도중 박 단장이 "시백이는 몸싸움을 좀 해야 한다"고 거들자 "싸우는 것을 배우기보다 속도를 더 내는 게 낫지"라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제 각자의 새로운 꿈을 향해 매진해달라. 그 꿈이 무엇이든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설상 및 빙상 종목의 시설 등 훈련 여건 개선을 위해서 관계 장관이 여러모로 노력할 것으로 안다. 나도 국민과 함께 앞으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

오찬에 앞서 이 대통령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기념촬영을 했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이건희 IOC 위원과 환담도 했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11개월만이고, 이 위원이 청와대를 찾은 것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정 대표는 "예전에는 격투기로 금메달을 땄는데,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을 보니 이제 국격이 올라갔다"고 평가했고,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게 바로 선진국형"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 대표가 "메달을 따면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간다던데"라고 하자 "그래서 걱정됐느냐?"라고 농담을 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한편 이정수 선수는 오찬 도중 "옛날 청와대 뒤에 살았는데 청와대 오고 싶은 꿈을 못 이루고 이사를 갔다"며 초대에 감사를 표했고, 김연아 선수는 "선수로서는 일단 목표를 이뤘다. 아직 먼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잠시나마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규혁 선수는 "올림픽의 기억은 매번 아쉬웠고 이번에도 결과는 똑같았다"면서 "많은 분이 격려해줘서 이번에는 아쉽지만 따뜻했다"고 말했고, 쇼트트랙 곽윤기 선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즈'의 '시건방춤'을 춰 박수를 받았다.

청와대는 당초 선수단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라면을 꼽은 점을 고려해 오찬 메뉴에 라면을 집어넣었지만, "(이미) 먹고 왔을테니 반영 안해도 된다"는 이 대통령의 지시로 결국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라면은) 소문이 안 좋다고 해서 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성인 선수단장은 메달리스트들의 친필 서명이 적힌 모형 성화봉을,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올림픽 기간 사용한 고글을, 김연아 선수는 직접 쓴 에세이집을 이 대통령 내외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고글을 쓰고 스케이트를 타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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