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문성대 기자 = SK의 선수단 철수 논란 속에서 KIA가 '비룡군단'을 따돌리고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KIA 타이거즈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의 완봉 역투와 이용규의 맹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한국시리즈 1,2차전을 승리하고도 3,4차전을 내리 패해 난관에 봉착했던 KIA는 5차전을 승리하며 왕좌 탈환에 1승 만을 남겨두게 됐다.
로페스는 최고구속 146km의 속구에 싱커와 포크볼을 가미해 SK 강타선을 봉쇄했다. 9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4피안타 2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한국시리즈에서만 2승을 따내 KIA 투수 중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했다.
이용규는 3회말 1사 1,3루 상황에서 감각적인 스퀴즈 번트로 선제 타점을 올렸고, 6회 공격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뽑아내면서 SK 선발 가도쿠라 켄을 강판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호투를 거듭하고 있는 카도쿠라의 역투도 돋보였다. 비록 패전투수로 기록됐지만 5⅓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무난한 피칭을 선보였다.
이날 경기는 양 팀 투수들의 치열한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KIA의 선취점은 이용규의 기가막힌 번트에서 비롯됐다. KIA는 3회말 1사 후 이현곤의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와 김원섭의 내야안타로 득점 찬스를 잡았고, 타석에 KIA의 재간둥이 이용규가 등장했다.
이용규는 3회말 1사 1,3루 상황에서 기습번트를 강행했다. 상대 투수 카도쿠라의 공이 바깥쪽 높은 쪽으로 형성됐으나, 이용규는 절묘한 '개구리 번트'를 성공시켜 3루쪽으로 공을 굴렸다. 당황한 SK 내야진은 3루 주자 이현곤의 홈 쇄도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용규의 번트는 흡사 지난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나온 전 LG 트윈스 김재박 감독의 '개구리 번트'를 재현한 느낌이었다.
이후 KIA는 타선의 응집력 부재로 추가점을 내는 데 실패했고, SK는 로페스의 노련한 피칭에 좀처럼 연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승부가 더욱 KIA 쪽으로 기운 것은 6회였다.
KIA 이용규는 6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를 때려 카도쿠라를 흔들었다. 이후 나지완의 보내기 번트가 나와 KIA는 1사 2루 찬스를 잡으면서 호투하던 카도쿠라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이어 최희섭이 바뀐 투수 정우람을 상대로 1타점 적시 안타를 날려 2-0으로 달아났다.
계속된 공격에서 KIA는 김상현의 중전안타가 터지면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종범이 평범한 2루수 앞 땅볼을 날려 병살타가 되는 듯 보였다. 이 때 2루로 슬라이딩 하던 김상현은 베이스를 짚으면서 SK 유격수 나주환 쪽으로 다리를 쓸었다. 송구 방해를 받은 나주환이 악송구를 범하는 사이 3루 주자 최희섭이 홈을 밟았다.
KIA의 수비 방해라고 판단한 SK 김성근 감독은 심판진에 강하게 어필했고,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선수단을 철수시켜 퇴장 조치를 당했다. 심판위원회는 김상현의 주루플레이가 정상적인 플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경기는 속개됐지만, 평정심을 잃은 SK 선수들에게 3점을 뒤집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었다. 또 로페스의 구위에 완전히 틀어막힌 것도 무득점에 그친 이유였다.
7전 4선승제로 벌어지는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 뒤 2연승을 달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 SK는 KIA에 일격을 받으면서 벼랑 끝에 몰린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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